고희 앞둔 청춘, 비단길1,000km 자전거로 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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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744회 작성일 17-06-30 17:50본문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체력이 닿는 한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힘에 부치면 체력에 맞게 성금방식을 바꾸면 되죠. 그래도 아직 몇 년은 거뜬할 것 같은데…"
터키의 고대 비단길(실크로드) 주요구간 1천㎞를 자전거를 타고 횡단 중인 사단법인 아름다운유산 우헌기(69) 이사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우 이사장은 이달 1일부터 지중해 연안 500㎞, 중부 고원 지역 300㎞, 북동부 흑해연안 200㎞를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한 달 안에 코스 완주가 목표다.
달리는 거리에 비례해 한 사람에게 1㎞당 10원씩 총 1만원을 기부받는다. 성금은 파키스탄의 한 보육원에 전달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돈 1만원이면 파키스탄에서 굶주리는 아이 1명이 며칠간 먹고도 남을 음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우 이사장이 극한 도전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이집트 사하라, 2012년 미국 애리조나, 2013년 아프리카 나미비아 나미브, 2014년 아르헨티나 잉카 트레일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달린 거리는 총 250㎞이다.
그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부를 받아 파키스탄의 보육원 '함다드 아카데미'에 돈을 보냈다.
덕분에 보육원 사정은 점점 나아졌다. 2개 동을 새로 세웠으며, 실내 화장실을 만들었다. 좁디좁은 부엌도 넓어졌다. 2012년 46명이던 원생은 지난해 90명으로 늘었다.
우 이사장에게 가장 뿌듯한 일은 보육원에 컴퓨터를 설치해준 것이다.
5천∼6천m 높이의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터전에서 살다 보니 산 너머의 삶은 상상도 못 해본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를 보여줄 수 있어서다.
그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을 넘어서 질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우 이사장이지만, 세월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지난해 한라산 100㎞ 산악마라톤을 마치고 나서부터 발목에 슬슬 무리가 왔다. 이번에 도전 종목을 마라톤에서 사이클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애초 2천500㎞를 달리려 했으나 1천㎞로 줄였다.
하필이면 왜 파키스탄일까.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앙아시아는 가까운 미래에 주요 시장으로 떠오를 텐데 그 누구도 나서고 있지 않아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추진하며 인프라를 설치하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도 깔렸다. 무역회사 전문경영인 출신 다운 이유다.
우 이사장은 "외국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할 때 한국에 얼마나 호감을 느끼고 있느냐, 친밀감을 느끼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내가 파키스탄에 뿌리는 작은 씨앗이 후손에게 과실이 되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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