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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냉정한 이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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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05회 작성일 20-07-2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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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이타주의자윌리엄 맥어스킬 지음|전미영 옮김부키|312쪽|1만6000원

 

28세에 옥스퍼드 대학 교수로 임명받은 천재 철학 교수 윌리엄 맥어스킬. 키는 195㎝, 현재 나이 30세. 세계에서 가장 젊고 키 큰 이 철학 교수는 왜 '냉정'을 말하는가. 기부에는 열정이 아니라 냉정이 필요하다는 그를 옥스퍼드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젊고 키가 큰 철학 교수를 만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윌리엄 맥어스킬(MacAskill) 교수. 신장 195㎝, 나이 30세. 물론 가장 젊고 키가 크다는 이유로 만난 것은 아니다.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라는 철학에 바탕을 둔 그의 기부 운동과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원제 Doing Good Better)가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 이타주의’ 혹은 ‘냉정한 이타주의’는, 선의나 열정이 아니라 이성과 과학으로 남을 도우라는 것. 도발적으로 비유하면 아프리카에 가서 삽 들고 우물 파느니, 차라리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 취직해 수입 10%를 기부하라는 것이다. 물론 당신이 착한 사람이고, 월가가 당신을 원할 만큼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그렇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을까. 기부 서약액 17억달러(약 1조9300억원), 실제 모금액 1400만달러(약 160억원). 연두가 지배하는 5월 말의 캠퍼스 잔디밭에서, 청년 같은, 아니 실제 청년인 금발의 대학교수가 웃으며 손빗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다.

 

―17억달러라니. 와우.“이미 낸 게 아니라 평생 내겠다고 문서로 서약한 액수다. 2009년 케임브리지 학부생 시절, 지도교수였던 토비 오워드와 나는 ‘기빙 왓 위 캔’(Giving What We Can)이라는 비영리 기관을 설립했다. 교회 십일조처럼 수입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하고 실천한다. 이 취지에 동의한 회원들의 종신 서약액이다. 빌 게이츠 재단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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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95㎝의 윌리엄 맥어스킬 교수가 옥스퍼드 대학 캠퍼스 바닥에 편하게 앉는다. 그의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선의와 열정이 아니라 냉정과 과학으로 기부하라고 주장한다. 열정보다 냉정이 세상을 바꾼다. /옥스퍼드=사진작가 배상덕
 

―2009년이면 당신이 22세 때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대학생 시절, 나는 세계가 불공평하다고 믿었다. 최소한의 복지가 가능한 유럽과 달리, 아프리카나 인도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항생제가 없어서 죽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방학이면 매일 기금 모금 운동을 나갔다. 길거리에서 목놓아 외친다. ‘10파운드(약 1만5000원)만 기부하세요’. 하지만 대부분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왜 그렇게 호응이 없었을까.“고민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됐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 많다. 하지만 이들은 의심한다. 내 돈은, 내 선의와 열정은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자선단체의 인건비 비중은 왜 이리 높은가. 내 돈과 자원이 헛되이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빙 왓 위캔(Giving What We Can)’을 설립한 이유다.”

 

그의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니라 냉정이라고 주장한다. 목표는 선(善)의 최대화. 방법은 수학과 과학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케냐 청소년의 출석률과 성적 향상을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은 무엇인가. 예산은 동일한 4가지 ‘당근’이 있다. 현금 지급, 성적 우수 장학금, 교복, 마지막으로 기생충 구제 사업. 14개 학교의 장기 추적 실험 결과를 보자. 현금 1000달러는 전체 학생의 출석 일수를 72일 늘렸는데, 성적 우수 학생에게만 준 장학금은 1000달러당 3년, 교복은 1000달러당 7년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경이적이라는 관형사가 아깝지 않게 1000달러어치 기생충 구제약을 지급한 뒤 늘어난 출석 일수는 139년. 알고 보니 아이들은 대부분 배가 아파서 학교를 못 오고, 공부에도 집중 못 했던 것이었다. 같은 돈으로 비싼 교과서나 선생님 늘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기부였던 것. 책은 이런 실제 사례로 가득하다.

 

윌리엄 맥어스킬1987 영국 스코틀랜드 출생영 케임브리지대학 학사,옥스퍼드대학 석·박사2009 비영리기관‘Giving What We Can’ 창립2011 대학생 직업교육 비영리기관‘8만 시간’ 창립2012 옥스퍼드대학‘효율적 이타주의’ 센터 소장2015 영 옥스퍼드 링컨대학철학과 부교수2017 ‘냉정한 이타주의자’한국 출간

 

하지만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가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이런 비판 역시 가능하다. 자선과 기부로 세상을 구한다는 건 너무 순진하고 한가한 생각 아니냐고.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줄이려면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구조의 개혁이나 혁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당신의 대답은.“지난 100년 동안 세계는 믿을 수 없는 진보와 발전을 이룩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국 아닌가. 6·25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반세기 만에 이룬 발전을 보라. 혁명적 조치는 이 모든 발전을 수포로 만들 것이다. 나는 가끔 착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이 정의롭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혁명 같은 주장을 하는 게 아닐까 의심할 때가 있다.”

 

―위험한 발언으로 들린다.“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웃음). 월가 점령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불평등과 양극화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사용한 구호가 ‘상위 1%’였다. 미국 최상위 1% 부자의 연소득이 34만달러(약 3억8500만원)다. 그런데 이런 최상위 부자들에만 초점을 맞추면 우리 대다수가 얼마나 부자인지 잘 깨닫지 못한다. 전 세계 상위 1%의 연소득이 얼마인지 아나. 5만2000달러(약 5900만원)다. 2만8000달러만 되어도 전 세계 상위 5%다. 반면 전 세계 하위 20%인 12억2000만명은 하루 수입 1.5달러(약 1700원) 미만으로 살아간다.”

 

―무례한 질문 하나.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위선자다. 당신은 어느 정도 기부하나.“(웃으며) 대학원 재학 시절 내 연 수입은 1만파운드(1500만원)를 넘지 못했다. 그래도 매년 200파운드(약 30만원)를 기부했다. 지금은 생활비 2만 파운드(3000만원)를 제외하고 연봉 전액을 기부한다. 강연을 많이 하는데, 이 역시 전액 기부하고 있다.”

 

―화제를 조금 바꿔보자. 만 28세에 옥스퍼드 철학 교수가 됐다면서.“운이 좋았다. 경쟁자도 적었고. 내 전공은 도덕적인 불확실성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을 결정하고 움직이는가에 관한 것이다. 말만 들어도 어렵지 않나(웃음). 논문이 좋은 저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사하게도 28세에 조교수도 아니고 부교수로 바로 임용됐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철학교수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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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사진작가 배상덕
 

―마지막으로 그 질문을 반복해보자. 아프리카를, 최하층 빈민을 돕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계에는, 당신의 나라에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나. 얼마 전 맨체스터의 IS테러, 브렉시트(Brexit)와 난민 문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또 어떻고.

 

“테러, 브렉시트, 난민, 트럼프는 물론 중요한 도전이다. 하지만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다들 해결을 위해 달려들고 있다. 비전문가인 나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다들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지원하고 후원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안들이 있다. 무시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이슈들(Neglectedness). 기생충 약 한 알, 모기장 하나로 학교에 가고, 말라리아에서 목숨을 구하는 수천만 명 사례처럼.”

 

맥어스킬 교수가 공동 설립자인 ‘기빙 왓 위캔’ 추산으로, 미국 내에만 100만개 가까운 자선단체가 있고, 여기 모이는 기부금만 연 2000억달러라고 했다. 하지만 이 기부금의 대부분은 후원자가 자선단체 광고를 보고 충동적으로 결심한 결과라는 것. 선의와 열정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늘 선의로 가득하다. 당신의 선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건 냉정한 이성과 과학. 알파벳 L을 10년 된 자동차 시동 걸 때 소리처럼 발음하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철학 교수가 ‘neglectedness’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효율적 이타주의
 

얼핏 난해해 보이지만, 간단한 질문 하나에 대한 대답이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 어떻게 해야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돈과 자원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부 자선단체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토비 오워드 옥스퍼드대 교수와 윌리엄 맥어스킬 교수가 2009년 공동 설립한 비영리기관 ‘기빙 왓 위 캔(Giving What We Can)’ 회원들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수입 10%를 기부할 것을 서약한다. 올 7월 1일부로 회원 3000명, 종신기부 서약액은 17억달러를 넘겼다. 어떤 자선단체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동하는지도 평가한다. 한국 커뮤니티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 8월이나 9월 예정으로 특강·토론·기부 등 오프라인 행사를 추진 중이다. www.effectivealtruismkorea.org/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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