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통해 본 파키스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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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853회 작성일 17-09-06 20:57본문
또 하나의 길은 그랜드 트렁크로드(Grand Trunk Road)다. 이 길은 2000년 전인 BC 3세기경 찬드라 마우리야 왕조 때 세워졌고, 14세기 무굴제국의 셰 샤 수리 왕에 의해 더 확장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작되어 방글라데시 치타공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다양한 도시들을 지난다. 즉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 현장 스님과 혜초 스님, 영국군이 넘나들던 카이버고개를 지나,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지인 페샤와르, 간다라 문화유적이 남아 있는 탁실라, 수도 이슬라마바드, 무굴제국의 역사와 문화가 남아 있는 도시 라호르를 거쳐, 인도 국경인 와가보더(Waghar Boarder)까지 이어진다.특히 이 길을 통해 마우리야 3대 왕조인 아소카왕 당시 삼존불상이 신라에 보내졌고, 쿠샨 왕조 때는 간다라 불교가 융성하면서 실크로드를 따라 불교가 동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즉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교역로로서의 의의를 갖는다면, 이 길은 동아시아 불교 전파로로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나 트렁크로드를 다니다 보면 화려한 장식을 한 트럭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장거리 운전을 하는 기사에게 트럭은 단순한 운반수단이 아니라 또 하나의 보금자리다. 사람들은 트럭의 안전운행을 기원하며 종교 색을 입히고,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풍경과 동물 그림을 손수 그린다. 트럭아트의 유래는 1950년대 파키스탄의 카라치항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물건을 나르던 트럭기사들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파키스탄만의 문화이자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이처럼 파키스탄의 길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이야깃거리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무역회랑이라는 큰 흐름을 타고 다시 한 번 세계 경제‧문화의 신작로로서 기능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봉민균(KOICA 파키스탄 사무소 전 영프로페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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