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방문 결과(2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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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324회 작성일 16-08-02 10:15본문
파키스탄을 3번째 방문(2016.6.23-7.1) 결과 보고
1. 개황
고아원(Hamdard Academy)은 정부의 지원 없이 전적으로 카풀루 주민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BHEF : Baduwa Health and Education Foundation)가 운영한다. 이 단체는 2004년부터 이 고아원을 운영해왔고, 현재 다른 지역에도 고아원을 하나 더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고아원은 전혀 별개로 운영된다. 난 2012년 처음으로 이 고아원을 방문했고, 2013년 건물(2동)신축 자금을 지원했다. 재작년(2014)과 작년(15년)엔 파키스탄을 방문하지 못 했다. 재작년엔 법인 설립을 준비하느라 가지 못 했고, 작년에는 테러 빈발 등 안전상의 문제로 방문을 취소했다. 특히 작년엔 건축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미래의 지도자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청소년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운영, 멘토제도 도입 등을 논의하였다. 그러던 중 현지 사정도 잘 모르고 지역 주민들과의 신뢰도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의 시도가 자칫 현지인들과 불화나 현지 문화나 전통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5.8 임원 회의에서 파키스탄이 비교적 근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에 속하고 테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파키스탄 지원 사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한 끝에 다음과 같이 의결하였다.
1) 파키스탄 사업은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지속한다.
2) 신규 사업 개척을 위한 중앙아시아 국가는 내년 이후에 방문한다.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란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사업이라는 게 자칫 현지의 종교, 전통, 문화와 저촉될 수 있고, 설사 그렇지 않을지라도 현지인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교육사업보다는 건물을 지어주는 등 가시적인 부분에 한정하자는 것이다. 2014년 17세의 나이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수프자이는 우리가 지원하는 고아원이 있는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SWAT)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 녀는 탈레반이 학교를 폐쇄한 것에 항의하는 글을 영국 BBC 방송 블로그에 올렸고, 이에 격분한 탈레반의 총격으로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영국에 후송되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그 녀는 지금 여성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종파(‘누르박시’라는 소수파)는 유수프자이의 고향(수니)과는 달리 온전하고 평화적이긴 하나 탈레반이 우리 지역에 들어오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자기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종파라는 점을 대단히 강조한다.
* 2013년 제가 파키스탄으로 출국하기 5일 전에 탈레반이 8000m 고봉 낭가파르밧 베이스 캠프에서 외국인 13명을 살해하였다. 낭가파르밧은 유수프자이의 고향이 가까운 SWAT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2. 지역현황
행정구역 길깃/발티스탄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종파, 종족으로 구성된 길깃과 발티스탄으로 구성된다. 고아원은 발티스탄(도에 해당) - 간체(군에 해당)의 제1 도시 카풀루에 있다. 길깃/발티스탄은 히말라야 산골로 북으로는 중국 신장성, 동으로는 인도 라다크, 서로는 아프가니스탄과 접하고 있다. 간체와 라다크는 원래 같은 종족이 살았으나 현재는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졌다. 여기에도 이산가족의 슬픔이 있다. 국경이 폐쇄된 후 이산가족들은 한 번도 만나지 못 했다고 했다. 발티스탄의 제1도시 스카르두에 있는 샹글릴라 리조트 주인은 라다크 출신으로 분리될 때 곧 고향에 돌아갈 걸로 생각하고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으나 아직 방문조차 못 했다고 했다.
혜초의 왕오천국국전에 이 지역에 대한 기록이 있다. 그는 그곳엔 소발률국과 대발률국이 있고, 모두 토번(티베트)의 지배하에 있다고 기록했다. 오늘날의 발티말로 발티율이란 발티스탄 사람(말)들이라는 뜻이란다. 혜초가 발율국이라고 기록한 것이 이해가 간다. 그들은 종족, 언어, 문화적으로 티베트에 매우 가깝고, 소티베트라고도 불린다.
간체는 발티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산세가 가파르고 평지가 매우 협소한 사막 지역이다. 산과 들에는 풀과 나무가 없다. 그러나 높은 봉우리에는 눈이 많이 내려 하천엔 물이 풍부하다. 이 물을 끌어다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하류로 내려가면 강변이 비교적 넓어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지만, 고아원이 있는 카풀루는 그렇지 못 하다. 농토도 협소하지만 심을 수 있는 곡식도 매우 제한적이다. 내가 본 바로는 밀, 감자, 콩 이런 정도가 전부였다. 집에서 닭 몇 마리, 염소 한 두 마리, 소도 가끔 키운다. 이게 전부다. 물론 다른 일자리도 없다. 인구는 적지만 식구는 많다. 농토는 좁고 산업이 없으니 대낮에도 길가에 한가로이 앉아있는 남자들이 많다. 김도 잘 매지 않는 것 같았다. 자잔한 밭일과 뗄감 모으기는 주로 여자와 아이들 몫이다. 밭에는 여자가 더 많이 눈에 띄였다. 남자들이 하는 일은 외국 관광객 안내하거나 짐을 날라다 주고, 이런 일이 없는 날은 하루에 몇 번 긴 삽으로 밭에 물꼬 관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수로로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기 때문에 물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반면 그 지역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8000m 고봉 14개 중 4개를 포함하여 7000m 이상의 고봉이 많이 있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온다. 그 중 외국 등산객과 트레커들의 요리사, 안내인, 짐꾼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매우 짭짤하다. 그러나 설악산이 강원도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없듯이, 수혜자는 그리 많지 않다. 관광객이 몰리는 특정지역(스카르두) 사람들, 호텔, 식당, 여행사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수혜자이다. 돈도 기술도 없는 사람들은 가이드, 쿡, 짐꾼으로 일한다.
3. 고아원 현황
간체지역 유지들로 구성된 비영리민간단체인 BHEF(Baduwa Health and Education Foundation)가 간체에 2개의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둘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린 그 중 하나인 제1의 도시(카풀루)에 있는 고아원(Hamdard Academy)을 지원하고 있다.
시설물은 건물 2동, 화장실 4, 부엌 1가 전부다. 2013년 처음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넑은 건물 (1동) 하나에 46명을 수용하고 있었다. 벽지는 물론 창문에 유리창이 없는 곳도 있었다. 그 지역은 해발 2000m 고지대다. 난방은 뗄감을 사다 쓴다. 온수 시설은 당연히 없다. 5-60년대 우리 시골을 생각하면 된다. 가장 추운 1월 한 달간은 시설을 폐쇄한다고 한다. 현재 원생은 90명이고, 지금까지 거쳐 간 학생까지 합하면 모두 150명에 이른다. 외지 상급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장학금을 주선해주기도 한다.
운영자 무하마드 잔은 카풀루(고아원 소재지)에서 100km 떨어진 스카르두(길깃/발티스탄 도청소재지)에서 살고(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NGO Agha Khan Foundation 직원) 매주말 카풀루로 가서 고아원 일을 본다. 주중엔 젊은 남자 1명이 관리하고, 늙은 남자 조리사 1명이 음식은 책임진다. 일상생활은 나이 많은 원생들로 구성된 학생회(8명)에서 거의 자치적으로 운영한다. 상당히 규율이 있어 보였다. 군대말로 나이가 어린 원생들은 기합이 들어있었다. 강압적으로 운영한다는 말이다.
이번 방문에서 그들의 자금 조달 능력을 확인했다. 우리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은 2년(2014-15)동안 조그마한 화장실 2개를 더 지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로 미루어볼 때,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돈으로는 90명의 원생을 수용한 고아원을 운영하는 데 빠듯한 것으로 보인다.
일정액을 기부하는 것은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이긴 하지만, 워낙 경제력이 빈약한 지역이라 절대액수는 크지 않을 것이다. 고아원 운영자 무하마드 잔이 직접 동네를 찾아다니며 기부금을 모은다. 고아원 입구에 작은 모금함을 설치해두고 있다.
우리의 지원으로 새로운 건물(2동, 방 1, 화장실 2, 사무실)을 지었고, 인원이 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부엌은 정말 눈물겹다. 벽은 합판으로 막았고, 간신히 비바람을 피할 정도다. 부엌엔 빵 굽는 화덕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우선 손으로 밥을 먹으니 숟가락, 젓가락이 필요 없다. 몇 개의 접시, 물컵 몇 개가 전부다. 밥 먹는 장면이 재밌다. 당번이 우리가 옛날에 쓰던 비닐 장판을 바닥에 길게 깔고, 그 위에 밥과 과자를 깐다. 반찬이나 국은 없다. 주식은 밥, 짜빠띠(난은 화덕에 그냥 구은 빵, 짜파띠는 기름에 튀긴 빵으로 맛을 좀 다르지만 똑 같다고 보면 된다)에 과자 한두 가지. 먹고 남은 건 빗자루로 쓸어 담아 내간다. 닭튀김이나 감자튀김은 아주 특별한 날 먹는 특식이다. 내가 같을 때 내놓았기에 가끔 먹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 그들은 고아원을 Hamdard Academy라고 부르고, 원생들은 학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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