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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사회공헌에... '자선의 덫'에 걸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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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천년의미소 댓글 0건 조회 5,248회 작성일 15-04-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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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 다국적 기업의 CSR 부서 담당자가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한 지방 도시 빈곤 아동들의 교육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공로상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이였다.이 회사가 최근 인수합병되면서 새 이사회 앞에서 업무보고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그동안의 성과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서?"였다고 한다. 새 이사회 멤버들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녀는 그 결과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수치는 Input(투입자원) 관련 자료였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지역을 방문했고, 몇 시간 봉사를 했고, 지원 비용은 얼마였으며, 학교를 몇 개 지었고, 또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였다. 물론 이 투입자원에 대한 중간 산출물, 예를 들면 수혜를 받은 학생 숫자 등은 금방 나타난다.하지만 이사회가 궁금해한 부분은 이 투입자원에 대한 진정한 산출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말 교육의 질이 바뀌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져서, 결국 지원해준 회사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주주가 되기도 하며, 열성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그녀는 아마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것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결국 이사회의 결정으로 그녀는 프로젝트 지원을 그만두게 된다. 그러자 해당 지역 정부부터 학교, 학생들의 지원요청이 잇따랐고 결국 회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일정액 후원금을 주기로 하고, 씁쓸하게 마무리지었다. 이 회사는 이른바 '자선의 덫(Philanthropy Trap)'에 걸린 것이다.

 

 중국에 있다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들은 대부분 자원봉사 활동, 식수 활동, 장학금 수여, 학교 및 도서관 지원 활동을 펼친다. 비즈니스 결과에 따라 예산이 많고 적을 뿐 비슷비슷하다.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 인도,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 등으로 확대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은 대부분 자선의 덫에 걸리기 쉬운 모델이다. 명확한 산출물의 결과가 나올 수 없는 일방통행식 자선활동이다. 거꾸로 말하면, 비즈니스의 결과가 안 좋으면 언제라도 지원을 끊어버려야 하는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다.

 최근 방글라데시 철강 회사의 자문을 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철강을 수입, 건축자재를 재가공하여 건설업자들에게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회사 오너와 가진 브레인스토밍이었다. 비즈니스와 연결되면서, 본인 회사가 지원 가능하며, 사회와 회사가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의 목표였다. 우리는 해당 비즈니스 모델의 공급망(Value Chain)을 넓혀 철강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오며, 건설업자들은 이를 어디에 사용하고, 이는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방글라데시 고물상들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폐차 직전인 중고차나 오토바이와 같은 고물을 철거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장비, 교육, 심지어 소액대출을 지역 고물상들에게 제공하기로 했고, 그와 동시에 이 철강 회사는 그 재활용될 수 있는 철을 수입하지 않고 로컬 마켓(local market)에서 조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지역의 일자리와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는 생산력과 수입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었고, 회사는 주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윈-윈의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기업의 윗선에서 관심도와 흥미가 커서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뒷받침해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 회사는 5년간 지원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모델 자체가 자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큰 틀에서 사회공헌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 역시 매우 중요한 CSR의 요소이다. 다만 CSR은 기업의 전략이며, 돈을 어떻게 버느냐 하는 문제이지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꼭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비즈니스와 충분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며,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자선의 덫에 안 걸리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조선일보, 2015.4.28, 이윤석, InnoCSR, 이윤석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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