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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미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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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헌기 댓글 0건 조회 7,039회 작성일 15-12-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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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미술의 기원, 간다라간다라 미술은 조형적으로 아주 다양합니다. 불상도 아주 다양한 얼굴이 있습니다. 한 가지 주류로만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여러 요소가 이곳으로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헬레니즘 양식과 아주 흡사한 것도 있고, 로마와 연관된 것도 있고, 이란계도 있고, 북쪽 중앙아시아 유목민들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그 결과 간다라에서 불교 미술의 여러 유형이 창안된 거지요. 그런 점에서는 불교 미술의 원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후대 인도 본토의 불교 미술과 동아시아의 불교 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불상이 만들어진 건 사람들이 부처를 인간 모습으로 보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간다라에서 나온 불상들을 보면, 서양 미술처럼 “바로 이것이 부처님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정형이 없었어요. 특정 형상의 얼굴이 아니라 몇 가지 유형(type)을 전형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후대 인도에, 또 동아시아 중국으로 전해졌지요.기원후 7세기쯤 인도의 불교도들에게 제일 유명하던 곳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라는 곳이었습니다. 거기에 있던 불상이 가장 유명했어요.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데, 그때 불상이 유명해서 이곳에 참배했던 당나라 사람들이 그 불상을 그림으로 모사해서 가져갔다고 해요. 그런 것이 우리나라까지 전해져서 석굴암 불상 같은 것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교류저는 원래 19세기 후반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때가 근대적 지식이 형성되는 시기인데, 이때 불교 미술에 관한 지식도 간다라의 불교 미술을 토대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이게 제 책 표지에 쓴 사진인데 한 사원에서 아주 많은 불상이 발굴되었습니다. 불행히도 이 유적에 관해 알려진 것은 이런 사진 몇 장뿐이에요.
1896년 로리얀 탕가이에서 발굴된 다양한 불상들 /사계절 제공
▲ 1896년 로리얀 탕가이에서 발굴된 다양한 불상들 /사계절 제공
사실 인도에서 동서 교류는 간다라에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닙니다. 해로를 통해서도 상당한 교류가 있었어요. 남인도의 안드라 지역에도 상당한 규모로 교류가 있었습니다. 인도 동남부에서도 많은 로마 화폐들이 발견된 적이 있고요. 이쪽 조각에도 서방이 영향을 줬습니다. 그 당시 지중해 세계에서 쓰던 항아리 모양도 갖고 온 게 보입니다.우리는 동서 교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서에서 동으로의 영향을 주로 언급합니다. 간다라 미술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에서 서로 간 영향은 매우 단편적인 사례들만이 알려졌습니다. 그게 간다라뿐만 아니라 중국 장안 이야기를 할 때도 그렇습니다.제가 한번은 장안에 관해 강의하면서, 당나라 문화가 얼마나 국제적이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어떤 분이 “왜 동서 교류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온 것만 이야기하느냐”고 하시더군요. 정확히 핵심을 찌른 질문이었어요.이런 편향은 대체로 그동안 연구가 서에서 동으로 가는 것에 집중돼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근대기 이후 문명 교류에 대한 연구가 주로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동쪽을 바라보면서 이뤄진 데서 기인한 거지요. 그만큼 동에서 서로 바라보는 연구는 미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유럽 형성기의 아시아 영향이 새 연구 과제그런 점에서 최근 서양 고전철학의 피로니즘(Pyrrhonism)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끕니다. 피로니즘이란 헬레니즘 시대 초기에 피론이라는 철학자를 상징적으로 내세우면서 지중해 세계에 등장한 회의주의 철학입니다.
[미니북] 왜 간다라 미술에 매료되는가
올해 ‘Greek Buddha(그리스의 부처)’라는 책도 출간됐는데, 피로니즘이 분명히 인도 불교도와의 교류를 통해 형성되었을 거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쪽에 대해 비로소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쪽의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앞으로 21세기는 아시아 시대가 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그 속에서 이런 동과 서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설명하고 또 정의할 것인가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지금까지는 주로 서양 문명을 보편적인 것으로 보면서 아시아의 특수성을 설명하려 하고, ‘아시아의 형성에서 서양(Europe in the making of Asia)’이라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둬 왔습니다.하지만 이제는 서양 문명의 형성에서 아시아의 역할, 또 아시아의 시각에서 서양 문명을 어떻게 보고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유럽 형성 과정에서 아시아의 역할(Asia in the making of Europe)’입니다. 이제는 우리 눈으로 서양의 것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고 우리가 답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작업이 21세기의 중요한 작업이 될 거라고 봅니다.제가 이제까지 공부하고 학생들 가르치면서 생각한 것 중 하나는 비단 간다라미술뿐만 아니라 미술사학, 또는 인문학 연구에서 어떻게 서양인들과 서양어의 헤게모니를 극복하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지난 20~30년간 제 가장 큰 주제였음을 몇 년 전부터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방향에서 어떤 식으로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가, 제게 남은 시간 동안의 과제일 것 같습니다. 이걸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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